"이제, 진짜 너를 보여줘"
"이제, 진짜 나를 보여줄게"
'진짜', '순수'.
세상이 당장 망해도 나만은 홀로 진실이어야 할 오만한 사랑. 혹은, 정의나 진실, 진리 같은 것들.
미리 말하지만, 그런 단어를 의심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내가 이미 회색주의자가 돼버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학수고대하던 백현진의 노래와 목소리와 가사는 아리고 아팠다.
백현진, 올해 그가 들고온 음반 '반성의 시간'. 그 음반에 실린 2번 트랙 '학수고대했던 날'
그가 학수고대했던 건 우습게도, 당연하게도. 순수나 완벽의 시간도, 사랑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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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에 집에 돌아온 여자. 그 여자에 대한 원망이나 캐물음보다는.
그녀와 쳇바뀌 돌듯 또 함께하는 그 애매모호한 시간들.
아마도. 몇 번은 되풀이했음직한 그 지겨운 시간들을 그는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나보다.
오래 사랑하던 여자와 이별한 뒤 어렵게 나왔다는 이번 음반.
"돼지 기름이 흰 소매에 튀고 젓가락 한 벌이 낙하를 할 때"... 혹은,
"막창 2인분에 맥주 13병 고기 냄새가 우릴 감싸"는 풍경.
예술이라는 것에서 현실엔 없을법한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가사를 좋아하지 않겠지.
하얀 소매에 돼지 기름이 튈 때의 그 충격. 차마 보고 싶지 않은 풍경.
그리고... 옷에 흥건히 배듯 젖어드는 냄새는 기름진 고기 냄새.
거기에 민망하게 창백한 형광등이 이들을 감싸는 시간. 취기.
백현진은 그 소용돌이 속에서 여자가 한 고백과, 자신이 사려깊게 대답한 말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내가 기억이 안 납니다............
처음엔 웃었다.
뭐야, 이거 너무 싱겁잖아.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진지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혹시 그게 반어법은 아닐까 의심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사흘만에 집에 돌아온 여자에게
남자가 그 이유를 끝내 묻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남자가 여자에게 들었던 고백이란 과연 어떤 종류의 것일까.
어쩌면... 술이 확 달아나고 형광등 불빛처럼 정신이 번쩍 날만한 그런 아픈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이면 먼저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신 그가 기억하는 것들은 어쩌면 기름 낀 비계 사이사이로 보이는 속살같은 삶과 사랑의 단면들이다. 그 진실이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에 너무나도 달콤했었던 너의 작은 속삭임과 몸짓 운명처럼 만났던 얼굴"을 그는 기억하려 애쓰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순수한 사랑, 하나뿐인 사랑을 바랐던 남자였겠지만
어느날, 인생도 사랑도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문득 깨달았을 수도 있다.
100이 아니라면 그게 99가 됐든 80이됐든 50이 됐든... 버리자.... 는 생각을 품던 대쪽같은 시절도 있었겠다만
인생도 사랑도 그런 것만은 아니다.
"비틀대고 부축을 하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약속하고 다짐을 하고 끌어안고 섹스를 하고
오해하고 화해를 하고 이해하고 인정을 하고
헷갈리고 명쾌해지고 서로의 눈을 바라다 보는
그 시간 "
알 수 없던 설렘과 미묘한 떨림. 그리고 망설임.
어깨를 부여잡고 매달리거나 혹은 어떤 날은 냉정하거나.
그 모든 시간들이 어쩌면 사랑이라 이름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닐까.
아마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 단순하고 명쾌한 사랑이 아니냐고, 예전의 그는 울부짖고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는 깨닫게 된 걸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그리고 사랑한다는 건.
순수한 삶이란 건 순수한 사랑이란 건.
어쩌면 그 모든 불순함의 칵테일이 아닌가. 하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이제는 조금씩 끌어안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대로. 장마철의 습한 대기와 이따금 비릿해지는 세상 모든 길들의 냄새와, 어설프고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주는 불안한 위로와 사랑을.
그 불안함과 불안정의 냄새가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도 조금은 알겠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사일만에 집에 돌아온 여자
끝내 이유를 묻지 못한 남자의 사연들을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돼지 기름이 흰 소매에 튀고
젓가락 한 벌이 낙 하를 할 때
니가 부끄럽게 고백한 말들
내가 사려깊게 대답한 말들이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막창 2인분에 맥주 13병
고기 냄새가 우릴 감싸고
형광등은 우릴 밝게 비추고
기름에 얼룩진 시간은 네시 반
비틀대고 부축을 하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약속하고 다짐을 하고 끌어안고 섹스를 하고
오해하고 화해를 하고 이해하고 인정을 하고
헷갈리고 명쾌해지고 서로의 눈을 바라다 보는
그 시간을 또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었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에
너무나도 달콤했었던
너의 작은 속삭임과 몸짓
운명처럼 만났던 얼굴이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작사,작곡,노래=백현진
피아노=정재일

아마토 2008/07/09 13:28 # M/D Reply
냅다 구입했는데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