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리피쉬의 소리 없는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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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
 "하지만 그 책은 당신이 썼어요, 조반니노. 자식들은 아버지가 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아야 해요. 화학이나 물리학 같은 과학 책이라면 모를까, 문학은 절대로 안 돼요. 당신이 쓴 책은 특히 그래요. 당신이 진지하게 말하는지 아니면 농담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진짜 사실을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꾸며 낸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 누가 알겠어요?"
 "마음대로 해석하라지!"
 (중략)
 불을 끄고 누웠지만 내 두뇌는 계속 작동했다.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중략)
 알베르티노는 말했다.
 "대충 서둘러서 썼더군요."
  그가 말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가정에서, 아버지는 갑자기 집 안에 이방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중략)
 아버지는 다른 눈이, 이방인의 눈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시선의 차가움을 깨닫는다.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행동이 가차 없이 평가된다는 것을 안다.
 -'이방인' 중


 

p.267
 "그러니까 네 아빠는 직업이 없는 불쌍한 사람에 불과하구나!"
 파시오나리아는 별로 놀라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할 때 직업이라고 말해요. 옷이 필요할 때는 재봉사를 부르고, 약이 필요할 때는 의사를 부르고, 식탁을 만들어야 할 때는 목수를 불러요. 하지만 슬프거나 웃기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작가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는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너는 네 책과 잡지의 이야기들을 읽잖아!"
 "그건 상관없어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아이의 신발이 찢어졌을 때 고쳐 줄 사람이 없으면 맨발로 다녀야 해요. 또 어떤 사람이 법원에 가야 하는데 변호사가 없으면 감옥에 가야 해요."
 -'아버지의 직업' 중


 이토록 까칠한 가족, 이만큼 솔직한 가족이 있을까?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조숙한 딸과 종종 몽상에 잠겨 우울한 기분이 되곤 하는 아내, 그리고 무뚝뚝한 아들.
 명랑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구석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특히 나를 사로잡은 건 글을 끼적인다는 사람의 자의식이었다.
...........................
 내 자식으로 하여금 나의 글을 읽지 말게 하시오.
 내 글을 봐서는 안 되오.
 
 왜...?
 내 글은 나와 같은가, 아니면 내 글은 나와 전혀 상관 없는가?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만 100% 상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 라고 변명하고 싶다.
 내 글 안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에 관한 상상을 펼칠까봐 나는 두렵다.
 
 야시꾸리하거나 시시껄렁한 칼럼을 쓰는 작가들이 왜 필명을 사용하느냐고?
 그건 그들의 사생활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둘러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글로 포장된 것들은 묘하게 진실한 느낌을 준다.
 글을 읽는 순간, 사람들은 글과 작가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그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본인이야 뭐 참을만하다 해도, 바로 옆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나의 글 때문에 괜한 소리를 듣고 다닌다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
 또 하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쓴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강변하고 싶다.
 당신들의 즐거운 오락. 우리들의 즐거운 이야깃거리.
 있어야 할 것들만 존재한다면 세상이 팍팍해지지 않았겠냐고, 변명하고 싶다.

2008/09/05 20:44 2008/09/05 20:44
밑줄 그은 책 2008/09/05 20:44 by lyc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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