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리피쉬의 소리 없는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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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고차원적인 신경학과 심리학 연구에서는 환자를 인간 자체로서 대단히 중시한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인간적인 존재 전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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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단 환자의 경우 환각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리가 의족일 경우, 소위 신체 이미지 즉 환각이 의족 부분과 정확하게 들어맞아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면 절대로 만족스럽게 걸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환각이 사라지면 오히려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환각을 불러일으키거나 되살리는 것이 긴급한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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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각 증상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환각통' 즉 환각에 의한 통증에 시달린다. 이런 통증은 때로 아주 기묘한 성질을 띠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일반적인 통증과 다름없다. 절단 이전에 그 부위에 있던 통증이 절단 후에도 그대로 남아있거나 그 부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거기에 실제로 생겼을 그런 통증이다. ... 발을 절단한 후에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불쾌한 통증이 느껴진다는 환자도 있었다.
(매들린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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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상실증 환자들이 그들의 내면에서 무언가를 잃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대신에 무언가가 나타나고, 그것이 점점 힘을 늘려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적어도 감정을 넣어 한 말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단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조차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 좀더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것으로의 역행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잭슨은 언어상실증 환자를 개에 비유했던 것이다. 그가 이러한 비유를 생각해냈을 때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목소리의 억양과 감정을 파악하는 언어상실증환자의 뛰어난 감수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무력한 언어이행능력이었을 것이다. 언어상실증 환자는 '필링 톤 (feeling tone)'을 감지하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으며, 때로는 보통 사람보다도 재빠르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언어상실증 환자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거짓말을 해도 금방 들통나고 만다.
 ... 언어를 사용해서 거짓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표정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그 표정을 간파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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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신경과 의사인 디주에 왕에 따르면, 쇼스타코비치의 비밀이란 그의 왼쪽 뇌실 관자뿔 부분에 금속 파편인 탄환 부스러기가 있다는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그것을 제거하는 것을 몹시 꺼렸던 것 같다.

 파편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반드시 음악이 들려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선율이 머릿속에 가득 차 그것을 작곡에 이용한 듯하다.

 뢴트겐 검사 결과 쇼스타코비치의 머리가 움직이면 파편이 움직여서 관자엽의 음악 영역을 압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몸을 기울이면 선율이 무한하게 흘렀고, 천재 쇼스타코비치는 그것을 작곡에 이용할 수 있었다.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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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일단 뇌에 손상을 입으면 인간은 고상한 영역으로부터 인간적이라고조차 말할 수 없는 차원 낮은 '구체성'의 수렁으로 내동댕이쳐진다고 생각했다. 만일 인간이 '추상적. 범주적인 태도'(골드스타인) 혹은 '명제적인 사고력'(휴링스 잭슨)을 잃으면 도리없이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며, 중요성도 없고 관심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구체성이야말로 기본이다. 현실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으로, 개인적이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구체성'이다. 만일 '구체성'을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나오는 P 선생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골드스타인의 사고와는 정반대로 구체성에서 전락해서 추상성으로 빠진 것이다.(단순함의 세계)

2008/09/07 00:19 2008/09/07 00:19
밑줄 그은 책 2008/09/07 00:19 by lyc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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