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바람둥이 백일권(김수로)!
과격한 로맨티스트 김태영(강성진)!
한평생 첫사랑 성훈(김진수)!
오랜 친구인 이 남자들이 한 여자를 둘러싸고 벌이는 로맨스 배틀... 이라는 말에 끌려서 오랜만에 씨네큐브를 찾았다.
띄엄띄엄 홀로 앉은 관객들. 씨네큐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광경.
정말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을까?'하는 맘에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애니(실사 애니메이션이라 애니라고 칭해도 될지 모르겠지만)를 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자를 보는 남자들의 마음'보다
'여자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확인케 한 영화였다.
의외의 발견.
그래,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뭐냐고?

+_+ 한평생 첫사랑 성훈(김진수)!
가난하지만 꿈이 있던 대학시절, 첫사랑 그녀 강연우(예진)를 잊지 못하는 그의 사랑. 나중에 자신의 '불알친구'인 일권이 연우와 결혼하게 될 사이임을 알아채면서 찌질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급기야 연우에게 일권과 자신이 친구임을 내세워 모두가 어색해질 것이니 결혼하지 말라는 말까지 하는 성훈.
하지만 연우는 그런 성훈에게 말한다.
"우린,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어"
+_+ 과격한 로맨티스트 김태영(강선진)!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그. 어느날부터 부쩍 자주 만나게 된 친구의 애인 연우를 보며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태영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 마음 속에 그려진 연우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게 아니냐고.
피그말리온 같으니.
+_+ 신중한 바람둥이 백일권(김수로)!
그래, 물론 그는 희떠운 농담을 실실거리며 던지는 그런 사람이다.
가벼워보이고 단순하다.
어렸을 땐 이런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남자에게 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실없는 농담에 연우가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감정에 솔직하다.
사랑을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난, 그게 좋았다.
왜 뭘 좀 배웠다는 남자들은 그렇게 어렵게 사랑을 하는건지..
그냥 따뜻하게 위해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사랑할 순 없는지?
단순함의 미덕,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욕망의 미덕이 몸에 배어있는 일권.
연우는 결국 그를 선택한 거다.
자신의 그늘을 웃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내가 보기에 연우가 일권을 선택한 건 그의 조건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 재력을 최우선으로 꼽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면이겠지.
하지만 내 눈에 일권이 결국 사랑할만한 사람으로 낙점된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성훈이 결국 참다 못해 일권에게 "내가 연우랑 몇 번을 잤는 줄 알아?"라고 말할 때
일권은 이렇게 말한다.
"야, 말해서 수습할 수 없는 말이라면 그냥 가슴 속에 담아둘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의외의 속 깊은 배려와 이해심. 아마 그 순간 연우는 "이 남자, 믿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여자는 말이야,
의외로 냉정하고도 열정적이야.
이미 지난 사랑을 끊어내는 일이 칼같아서 냉정하고
지금 사랑에 모든 걸 걸 수 있어서 열정적인거지.
샤랄랄라. 여자의 첫사랑은 언제나 '지금 사랑'.
쓰러진 추억보다는
곁에서 내 손을 잡아줄 수 있고, 필요할 때 언제나 달려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누가 말했던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그녀는 예뻤다'.

tip
: 예쁘다는 '그녀'가 다소 아줌마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으로 묘사된 것이 오히려 고즈넉한 맛을 풍겼다. 내겐 그랬다.
실사 애니메이션. 실제로 브라운관으로 보면 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색다른 맛이 있다. 재미있는 건, 나처럼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은... 안경을 벗고 보면 애니메이션이 영화화면처럼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사실. 인상파의 그림을 먼발치에서 보면 초점이 더 잘 잡히는 그런 원리인 듯? ㅋ

지나가던 취객 2008/06/26 11:36 # M/D Reply
'여자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이라... 괜시리 보고 싶어 지는 영화네요~
뭔가 특이한 영화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읽어보고 나니 뭔가 느낌이 좋은데요~^^
돌감기 2008/06/26 11:48 # M/D Reply
저도 뭔가 '있어보이는' 남자가 되려고 참 노력했는데...결국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려니 상처만 더하더라구요.
그때는 그게 사랑을 위한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쓰러진 추억이 되었네요.^^
그렇게 상처가 하나둘 아물어가면서 속깊은 사람이 되길...기다립니다
해석쟁이 2008/06/26 13:43 # M/D Reply
세상엔 사랑에 대한 해석과 나름의 정의, 그리고 기준이 너무나도 많지요.
여자가 사랑을 기준과 남자가 사랑을 하는 기준도 많이 다르구요.
나는 가끔 그런 기준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사랑에도 기준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면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정말 사랑에도 기준이 있어야 할까요?
물론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랑의 기준은 없더군요.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선택 기준은 이해심과 배려인가요?
혹자가 그러더군요. 사랑은 환상으로만 하는게 아니고 어느 정도 현실을 봐야한다고...
그냥 '가슴이 뛰는 그런 사랑'이 정말 순수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