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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6 칙릿이 안 '쿨'한건, 인생이 '핫'하기 때문-백영옥, '스타일'
 So Cool!
 인생은 정말 쿨해! 특히, 트렌드의 선봉에 서 있는 패션기자의 인생은 더더욱!
 ..... 과연?

  백영옥의 장편소설 '스타일'은 된장 냄새 폴폴 풍기는 한국형 칙릿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기서의 된장이란,
 남자들이 소위 '페미(페미니스트를 비하해 일컫는 말)'를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로 언급하는 '된장녀'의 된장일 수도 있을테고,
 혹은 그 반대로 한국적인 삶의 냄새가 그대로 풍겨난다는 의미에서의 된장일 수도 있다.

 쿨함보다는,
 패션계와 일터에서의 뜨거운 일상성이 진하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44를 예찬하지만 정작 스키니진을 못 입어 낑낑대는 여자 주인공과 각자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 그 기자들의 숨은 이야기와 완벽해보이는 남자들의 여린 면.

 단지, 쿨하도록 솔직한 면이 있다면
 그건 시대가 열광하는 '외면'에 대한 솔직한 변.
 그래, 지금은 내용물보다는 포장이, 페미니스트들이 자기 몸을 사랑하라는 항변보다는 차라리 제니칼로 몸의 지방을 빼내자는 설득이 더 잘 통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모여 스타일을 예찬하고,
 달콤한 사탕같은 가십을 유통시키는 이야기는 무엇보다 리얼했다.

 So Hot.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이왕 뜨겁고 지저분한 인생을 보여주려 했다면
 차라리 좀더 리얼하게 렌즈를 들이대는 방식을 쓰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왕자같은, 7년 전 명품 소개팅남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설정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는 구구절절한 변명은 사람들을 모두 착한 사람으로 단숨에 만들어버렸고
 주인공이 자신은 명품에 열광하지만 아프리카의 굶는 아이를 위해서 기부한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장면은 그 주제의식과 상관없이 쌩뚱맞게 나오는 느낌이 강했다.

 뜨거운 인생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식을 빼고, 솔직함을 더하면 이제 한국형 칙릿이 드디어 등장할 때도 머지 않은 듯.

 소설은 드라마와 달라야 한다. 드라마틱하더라도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냥, 그게 제 생각이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82. 이곳에서 비밀이란 없다. 화장실에서도 말은 냄새처럼 퍼지게 되어 있다. 나쁜 소문일수록 퍼지는 속도는 빠르다. 소문은 변기 안의 지저분한 배설물을 처리하듯 버튼 하나로 간단히 내려버릴 수 없다.

107. 편집장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스테이크가 아니라 스테이크가 지글거리는 소리를 팔아라.
 결국 스테이크보단 제대로 찍은 스테이크 사진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알맹이보단 때때로 포장지가 더 중요했고, '외면'이야말로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신봉하는 곳이었다.

119. 나는 드라마의 통속성이 좋았다. '통속'이란 세상과 통한다는 말 아닌가. 그 좋은 말을 사람들이 한껏 폄하해 쓰는 건 어쩐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 만족을 느끼며 니체나 들뢰즈, 지젝을 읽고, 타르코프스키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비평하듯 보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121. 패션 잡지 일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이건 앞으로 내가 쓸 드라마의 자산이 될 만한 갈등들이야! 이곳이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저런 괴상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겠어. (중략)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것들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남들은 고사하고 내 갈등 상황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신은 어떻게 써야 하고 클라이캑스의 갈등은 어떻게 폭발시켜야 할까.
 마지막 엔딩은?

146. 여기에 '진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소문의 제 1법칙이 있다. (중략)
 일과 휴식의 경계 없이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일하다 보면 가끔은 정신을 놓을 만큼 재미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십은 사람들에게 숨쉴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것은 나이 서른에 먹는 불량식품처럼 유해하지만 달콤하다. (중략)
 이곳에선 소문이 늘 사실처럼 유통된다. 소문의 진실 여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이란 단지 우리들의 행복한 오락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선 신문에서처럼 '바로잡습니다' 코너가 존재하지 않는다.

302. 하지만 진짜 연금술이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 놀라운 연애의 장. 이토록 깊은 이해가 이토록 깊은 오해와 절망 위에서 솟아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깊이 안도했다. (중략)
 작은 벌레처럼 온몸을 말고 어둠 속에 떨고 있었을 그 아이가 가여워 나는 그의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른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스스로를 가여워할 줄 아는 연민일지 모른다.
 나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331. 어렸을 땐 법정의 에세이 <무소유>를 읽고 감동 받지 않았다. 대신 선생님을 향해 이렇게 되물었다.
 "왜 아무것도 소유하면 안돼요? 말도 안돼!"
 인생은 꿋꿋이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한다는 소설을 읽고 나선 이렇게 물었다.
 "심심한데 둘이 가면 안 되나?"
2008/07/06 16:54 2008/07/06 16:54
밑줄 그은 소설 2008/07/06 16:54 by lyc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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