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발생'의 역사는 '개체 발생'의 역사 안에서 반복된다고 하는데 그것을 느끼게 되면 인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거대한 역사 속에 자신을 앉히게 되면서 좀 다른 존재가 되어 간다. 자신이 잠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 끈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계적 시간을 정신없이 쪼개며 찰나적 삶을 살아가는 현대, 교환 경제가 압도하는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긴 시간에 대한 감각을 갖기는 쉽지 않다.

제사를 지내던 조선 시대만 해도 시간을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조상이 되기 위해 즐겁게 이승을 떠나기도 했던 것이다. 자신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 낸 작은 산물이라는 것, 그 거대한 우주 안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서로에게 기대고 부벼 대기도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인식은 삶의 의미와 안정감을 더해 준다. 어느 날에는 온 세상이 자기 것인 듯 날뛰다가 다음 날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일 뿐이라며 절망하는 현대인들의 조울증과 불안은 바로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깊다. 오로지 혼자인 개체로서의 개인성을 강조해 온 근대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라지면 모든 우주가 사라진다고 착각하는 우주관을 갖게 되었고, 긴 시간성 안에 자신의 위치를 두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안에서 비로소 살아갈 기운을 얻는 존재인데 그것을 잃어 가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다.

116 페이지 中, "교실이 돌아왔다" 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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