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厚黑).
얼굴이 두껍고 속이 시꺼먼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말로 하자면 의뭉스런, 또는 음흉한 사람에 비유된다.
낯가죽이 두껍다는건 속에 뭘 감추고있는지 전혀 드러내지않는다는 뜻일게다.
희로애락의 감정 조절이 잘된다는 얘기도 되겠다.
또 속이 시꺼먼다는건 마음을 먹었다면 태연히 꺼림찍한 일을 할만큼 몰염치하다는 뜻이다.
“후흑이 천하를 통치한다” 중국 청나라 말기 이종오(李宗吾)교수라는 분의 주장이다.
지금까지도 논란을 일으키는 자못 특이한 학설인데…
그에 따르면 여태 성인(聖人), 또는 군자(君子)로 알려진 사람이 몽땅 후흑인(厚黑人)이 되버린다.

황하강의 범람을 치수를 통해 막음으로써 중국인들이 전설의 성군으로 섬기는 인물인데.
그 우임금이 사실은 친부모의 원한을 잊고 원수를 섬겼으며, 다시 그를 배반한뒤 천하를 빼앗았으며, 결국은 원수를 죽였다고 한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劉備).
여포, 조조, 원소, 유표, 손권 등에게 이리저리 붙어다니다가 결국 이들 모두를 다 배반한다.
그런 후안무치를 자산 삼아 촉을 세웠다. 한나라의 후손이라고, 한나라에 충성스럽다고 포장을 잘해서 그렇지 결국 속검고 얼굴 두꺼운 인물의 대표자격이라는거다.
이런게 바로 후흑론의 맥락이다.
우리나라에도 적잖이 이같은 후흑인이 있을것같은데.
조선초의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
집안분쟁으로 당사자들이 달려와 하소연을 하자 분쟁중인 A에게도 B에게도, 심지어 자신을 힐난하는 정경부인에게도 “니가 맞소”고 한다. 그리고 그 분쟁은 소리소문없이 해결되버린다.
조금 유머스런 ‘후흑술’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작금 현실정치를 후흑론에 빗대 본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그 반대인 박백(薄白; 낯가죽이 얇고 뱃속이 허연)인이 많지않을까?
쉽사리 흥분해 낯가림을 못하고 얼굴이 뻘개진다거나…
속에 있는 말들은 바로바로 뱉어내야 속이 시원해진다거나…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혹 이런 심리상태는 아닌지.
직설적이고 공격적이고 비난하고 헐뜯고…
대통령은 “지가 날 모르는것도 아닌데…”라고 서운한 감정을 노출한다.
공격하는 측은 “만사형통이 문제…끝을 볼것”이라며 직격탄이다.
또 문제의 그 형님은 “이들이 보자보자하니깐…”이라고 칼을 갈고있다.
시청앞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모두가 흥분한 말투뿐이다. 원인이 뭐건, 장본인이 누구건, 죄다 뻘건 얼굴들뿐이다.
속깊은(시꺼먼) 후흑의 정치인 또는 정치는 보이지않는다.
그 해결사로 나서야할 ‘후흑인’은 누가 되어야할까. 백성의 맺힌 마음을 풀어줄건 아마도 가장 높이 계신 정치지도자일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인물중에서도 후흑의 전형적인 인물이 한고조 유방이라고 한다.
유방은 초나라 항우에게 쫓겨 마차를 타고 달아날 때 자신의 아들과 딸을 세번이나 마차에서 밀어떨어뜨렸다. 
유방만 그런게 아니다.
삼국지의 유비도 그랬다.
두 유씨가 비슷한건지..
삼국지를 그린 창천항로
의 한 장면.
조조군에 쫓겨 거의
막바지에까지 간 유비.
마차에서 궤짝을 버린
것으로 모자라 자신의
아이들까지 들어올려
마차에서 버리려 하고있다.
또 항우가 자신의 아버지를 솥에 삶아죽이겠다고 하자 태연히 “끓인 국을 나한테도 나눠달라”고 말한다. 천하를 위한건지 자기 자신을 위한건지…
어쨓거나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수백년을 이어갔다.
반면 천하영웅이면서도 ‘박백인’의 기질을 가진 항우는 해하의 한차례 결전에서 패하자 스스로 침몰하고 만다. “하늘이 나를 버렸지,내가 진건 아니다”며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버리지않으면서…
어찌됐건 후흑에 대한 선호도에도 관계없이 현실 정치에는 그런 인물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현명한 상사(군주)는 자신의 허물에 대해 듣는걸 일로 삼으며, 자신에 대해 칭찬하는걸 듣고싶어하면 안된다”(明王務聞其過, 不欲聞其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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