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지배했던 '천하의' 선동열(현 삼성 감독)도 그날 승패는 하늘이 점찍어준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너희들 오늘 죽어봐라'고 마운드에 오르면 그날 내가 죽더라." 승패도 그럴진데 생애 단 한번도 맛보지 못할, 노히트노런은 어떨까. 9회 투아웃까지 잡아놓고 안타 하나 맞아서 무너지는 기분이란...
7월4일 프로야구사에 또 한명의 불운의 투수가 나왔다.
9회말 2사, 아웃카운트 단 1개를 남긴 채 눈물을 삼켜야 했던 KIA의 이범석이 그 주인공이다.
2000년 5월18일 해태전에서 한화 송진우가 세운 10번째 노히트노런 이후 8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대기록을 눈앞에서 날린 이범석의 기분이란 선동열이 말한 대목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있을 거다.

9회말 2사 1루. 드디어 삼성'H'란에 '1'이라는 숫자가 떴다.
[출처] KIA 이범석 "아, 노히트노런…." | 작성자 박동희
[출처] KIA 이범석 "아, 노히트노런…." | 작성자 박동희
경기가 끝난 뒤 이범석은 "박석민이 강타자라 피해갈 생각으로 바깥쪽 볼(슬라이더)을 던졌는데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됐다. 완봉승을 따낸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사람 마음이란 게 어디 그런가.
그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든 이범석은 누구를 원망했을까.
1. 생애 단 한번 올까말까한 대기록의 기회를 무참히 박살내버린 박석민?
2. 좀더 빨리 1루로 송구 하지 못한 3루수 김주형?
정답은 타구를 '덕아웃으로 던져버리지 못한' 김주형일거다.
무슨 말이냐고?
노히트노런 [no hit no run]
투수가 상대 팀 선수에게 무안타, 무실점인 상태로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를 말한다. 히트바이피치트볼(hit by pitched ball)이나 베이스 온 볼스(base on balls), 또는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을 때에도 안타에 의한 출루가 아니므로 노히트노런을 적용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박석민의 타구를 3루수 김주형이 잡아서 힘껏 1루로 던질 것이 아니라 타구를 더듬던, 악송구를 하던, 그라운드에 패대기를 치던 안타를 만들어 주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즉, 야수가 실책을 범하더라도 안타에 의한 출루가 아니므로 노히트노런이 인정된다는 얘기.

KIA 이범석이 9회말 노히트노런을 눈앞에 두고 삼성 박석민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해
대기록을 날린 후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대기록을 날린 후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결국 85년 동갑내기지만 입단 선배인 김주형의 2% 부족한 야구센스로 8년만의 침묵이 깨질 뻔한 순간에서 이범석이나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이나 그저 안타까운 탄성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김주형 선수 너무 자책 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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