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원 하게 해드릴께요~~~

휴가 첫 날 아들은 서울서 가져온 물총에 시원한 물을 가득 담았습니다.

아빠가 “할머니가 일하는 논에 놀러 가자”고 말하고 난 다음 행동입니다.

그저 물총이나 쏘려고 하는 거겠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아들의 손을 잡고 비료를 뿌리고 계신 할머니가 있는 논으로  갔습니다.

손자 녀석이 나타나자 일손을 멈춘 할머니는 논둑으로 나와 땀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손자는 물총을 할머니의 얼굴에 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할머니 시원하지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에 놀러온 아들 녀석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아빠의 마음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아무런 동요 없이 비료를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이내 논으로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을 아마도 평생 후회 할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은 땀으로 범벅이 된 할머니의 얼굴에 시원한 웃음을 전달해준 그 조그마한 행동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는지...아빠는 그 일을  휴가지 남도의 넉넉한 풍경과 함께 기억 하려 합니다.


 높지 않는 남도의 산자락에 자리한 수영장에 가는 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도 정겨운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들, 딸에게 아빠가 이 지역을 누비고(?) 다녔던 곳이라고 말하면 유치원생인 딸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곤 합니다.

우와 이런데 까지 와 봤어 라고... 가는 길에 저기서는 무얼 찍고 여기서는 무얼 찍고...연신 딸아이는 우와 우리 아빠 왕 짱이라며 엄지손을 치켜 세워 줍니다. 이번에는 작은 동서 차를 이용해 세 가족이 함께 수영장을 가는 길이었는데 중간에 사진 한번 찍으려고 하면 이내 성화가 빗발칩니다. 조카 녀석들이 이구동성으로 빨리 가지고 난리가 아닙니다. 양해를 구한 후 사진을 찍고 오면 차는 저 멀리  달아나 있습니다. 시간을 빼앗은 대가로 한 100m는 달려오라는 운전자의 배려(?)가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듯 멈추어 서서 돌아본 남도는 여전히 넉넉함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정겹고, 자신감이 넘치고...매력이 넘치는 고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구불구불 경사진 산길 포장도로를 오릅니다.

오르막 길 이지만 저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걸음씩 내 딛고 있습니다.

풀장이라 해 봤자 아이들 100여명 정도만 들어가도 가득 찰 작은 공간입니다.

그래도 넓어 보이는 이유가 그리 많지 않는 아이들이 서로의 공간을 차지 한 채 시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형님댁을 포함해 오빠가 네 명이나 되는 막내 딸 아이가 가장 신났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오빠들을 협박해 태워 달라 하니 오빠들은 적지 않은 피곤함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80m가 넘는 물썰매장도 한산 합니다. 한번 타고 내려오자마자 다시 올라가면 자기 순서입니다.
경기도  소재 모 유명 놀이 공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기다림에 지쳐 집에 오고야 마는 그런 허탈한 풍경...을 뒤로 한 채 녀석들은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딸아이의 눈에 비친 무지개는 환상 그 자체였을 겁니다. 무지개를 보더니 아빠의 손을 잡고 무지개를 보여 주겠다며 데리고 갑니다.
 
배고프면 자장면에 우동에 돈가스에 서로 나누어 가며 먹고 또 먹었습니다. 금방 배고파 질 신나는 물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좋은 그런 한적한 시간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한 여름 오후 내리쬐는 햇볕도  들녘을 향해 바라보니 참 좋은 풍경을 더해 줍니다. 어른 손톱보다 더 큰 거미도 잠시 일손을 놓는 한가로운 오후입니다.

논 사이로 난 작은 사잇길도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합니다. 재촉하지 않아도 금세 지나간 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산비탈에 위치한 풀장을 오가며 바라본 세상. 넉넉한 오후의 햇살이 그 풍요로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고향을 찾았지만

휴가를 끝내고 조용히 정리를 해보니 너무 넉넉하게 다녀온 휴가였던 것 같습니다.

천연 자연의 ‘마지막 보고’ 남도를 또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Posted by yks01

2008/07/30 12:49 2008/07/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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