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갑순(92년 바르셀로나 10m 공기소총 금)의 슬픈 금메달 이야기
 
 1등만 기억하는 세계. 1등 존재조차 오래가지 않았다. 4년만에 한번 열광하고 또 잊혀졌다.

 올림픽이 인생 한 가운데 있었다. 거기에 금메달이 함께했다. 인생의 절반이 올림픽에 있었지만 되돌릴 수 없게 한 것은 금메달이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1992년)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여갑순(34)의 회상이다. 짧은 대표 경력,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라 아무 부담감이 없었다. 그는 한 순간에 인생 최대의 목표를 한번에 달성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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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리둥절했다. 허무했다. 환호하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내가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세상이 나를 알아봤다. 부러워하는 주위의 시선을 느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영광의 날들이 그렇게 계속됐다. 올림픽 이전의 순간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눈물이 났다. 흘렸던 땀방울의 보상을 이제야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환희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난 후 얼마되지 않아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즈음 주위의 시선에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금메달리스트라고 훈련도 대충대충 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훈련했다.
 여전히 금메달리스트라는 족쇄가 날 붙들고 있었다. 다음 대표 선발 전에서 탈락했다. 또 한번 눈물이 났다. 금메달 획득 이후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이다. 환희와 영광의 날들이 2년 만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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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메달 획득 이후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아무도 날 찾지 않았다. 다시 16년간 죽을 만큼 훈련했다. 너무 힘들어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도 있었다. IMF때 소속팀이 해체되는 아픔도 겪었다.
 수입이 없었지만 남아있는 돈으로 지방대회에 출전했다. 그런 나날을 지탱해준 원동력은 금메달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획득해 미처 깨닫지 못한 금메달의 의미.
 젊었던 시절,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금메달이지만 세상을 의식해 걸었던 메달이다. 이제 남 시선 의식하지 않는 내 자신을 위한 메달을 따고 싶다. 그 의미를 서른다섯의 나이에 깨달았다. 그 메달과 함께 세상 의식 않고 실컷 울고 싶다. 아직 못다 이룬 꿈이 남았음을 비로소 느낀다.  yks02@joongang.co.kr

여갑순 선수 다시 한번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를 재패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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