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복서 고(故) 지용주를 아시나요.'
 그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요즈음에는 금메달리스트가 되어야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은메달이 금메달을 대신했다. 색깔 구분없이 올림픽에서 메달만 따내도 영웅이 됐다.

 지용주는 올림픽에서 성공하기 전만해도 신설된 최경량급에 출전시킨 구색맞추기용 선수였다. 민관식 당시 대한체육회장은 무명에다 키 158cm인 지용주를 보고 “저렇게 작아서야 원”이라고 혀를 찼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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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 지용주(가운데) 원주 중.고교 복싱코치 시절  원주 대성 중학교 한 후배 졸업식사진)
 그러나 그는 올림픽에서 1회전 더글러스 오가다(우간다·2회 RSC승), 2회전 빅토르 자포로제츠(소련·3-2 판정승), 3회전 알베르토 모랄레스(멕시코·3-2 판정승)를 연파했고, 4강전에서 스크리자크마저 눌렀다. 10월 28일 결승전에선 베네수엘라의 베테랑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에 선전했지만 아깝게 2-3 판정패로 졌다. 김성집 대표팀 총감독은 뒷날 “3라운드에서 주심이 로드리게스의 버팅을 눈감아줬다”며 아쉬워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후 지용주는 여기저기 높으신 분들에게 불려나갔다. 그들은 온갖 약속을 했다. 하지만 지켜진 게 없었다. 고향 원주 시민들은 지용주의 이름을 딴 체육관을 건립하자고 뜻을 모았다. 지역의 한 정치인이 주동이 됐다. 모금액은 당시 엄청난 가치인 7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체육관은 지어지지 못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원주의 원로 체육인 K씨는 “그 돈이 선거자금, 격려금 등등 명목으로 샜다. 지용주의 아버지가 1971년 소송을 걸었다. 확인해보니 150만 원 가량만 남아 있었고 그나마도 돌려받지 못했다. 원주 복싱인들도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이 지용주를 망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믿는다.
 그는 그 때부터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소주 한 두 잔에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알콜 중독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글러브를 벗지 않았다.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지용주의 천부적인 파이터 능력을 인정, 선수촌 대신 고향 원주에서 훈련할 수 있게 배려 했으며, 그는 아시안게임 플라이급 금메달로 기대에 부응했다. 1976년 은퇴후 1977년부터 모교 복싱부 코치로 발을 디딘 후 후배를 육성했다. 1979년에는 상경해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팀 코치가 됐다. 그러나 그해 선수 집단이탈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복싱계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체육계를 떠난 그를 이용만 했다. 그는 사기를 연속적으로 당했다. 결국 메달리스트의 영광과 환희를 뒤로 한 채 술로 마음을 달랬다. 알콜 중독 증상이 심하자 1975년부터 대한체육회에서 받은 연금(당시 7만 원)에 대해서도 누군가 “주정뱅이에게 연금을 줘선 안 된다”고 투서했을 정도다.
 1985년 지용주에겐 환희와 영광을 뒤로 한 비극이 일어났다. 그해 8월 20일 오후 9시 20분이었다. 지용주는 위아랫집에 사는 사이인 김모씨(당시 40세)와 원주시 태장1동 봉산천 제방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가더니 김씨는 집에 들어가 흉기를 가져 왔다. 지용주는 서너 차례 배를 찔린 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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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원주 체육 공원에 세워진 지용주 기념상)
 원주의 영웅은 왜 타락의 길을 걸었을까. K씨는 “지용주가 타락한 건 지도자였던 나, 그리고 원주 시민과 대한민국 체육인 전체의 책임”이라고 탄식했다. 원주체육공원 안에는 1999년 세워진 지용주의 동상이 있다. 지용주 후배 원주 치악복싱체육관 관장 윤봉기씨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동상을 찾아 살핀다. 동상 옆에 높이 걸린 시계는 고장난 채 10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용주의 인생 시계도 1968년 10월 28일로 멈춰버렸는지 모른다.  기획취재팀 탐사보도=정병철(팀장)·양광삼·최민규 기자 isplus@joongang.co.kr


하계올림픽(1948-2004) 은메달리스트 근황

                                                          <2008년 9월 현재>


이름 연도 대회 종목 세부종목 근황
김성문 1988 서울  레슬링 그레코로만 68kg 개인 사업
김인섭 2000 시드니  레슬링 그레코로만 58kg 삼성생명 코치
김종규 1984 LA  레슬링 자유형 52kg 중국 난징 체육국
김종신 1992 바르셀로나 레슬링 48kg 중국 요령성 체육기술학원
문의제 2000 시드니  레슬링 자유형 76kg 삼성생명 코치
  2004 아테네  레슬링 자유형 84kg  
양현모 1996 애틀랜타  레슬링 82kg 제주도청(현역)
장재성 1996 애틀랜타  레슬링 62kg 대한주택공사 코치
장창선 1964 도쿄  레슬링 자유형 플라이급 은퇴, 전 태릉선수촌장
라경민 1996 애틀랜타  배드민턴 혼합복식 캐나다 거주, 주부
손승모 2004 아테네  배드민턴 남자단식 밀양시청(현역)
유용성 2000 시드니  배드민턴 남자복식 수원시청 코치
  2004 아테네  배드민턴 남자복식
이동수 2000 시드니  배드민턴 남자복식 김천시청(현역), 국가대표 코치
  2004 아테네  배드민턴 남자복식
장혜옥 1996 애틀랜타  배드민턴 여자복식 전북은행(현역)
백현만 1988 서울  복싱 헤비급 해외 체류
송순천 1956 멜버른  복싱 밴텀급 대한올림피언협회 회장
안영수 1984 LA  복싱 웰터급 -
이승배 1996 애틀랜타  복싱 라이트헤비급 개인 사업
정신조 1964 도쿄  복싱 밴텀급 경남 충무 거주, 무직
지용주 1968 멕시코시티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작고
강초현 2000 시드니  사격 공기소총 10m 갤러리아(현역)
이보나 2004 아테네  사격 더블트랩 우리은행(현역)
진종오 2004 아테네  사격 50m 권총 KT(현역)
차영철 1988 서울  사격 소구경소총복사 KT 코치
김보람 1996 애틀랜타  양궁 남자단체 두산중공업(현역)
정재헌 1992 바르셀로나 양궁 남자개인 서울시청 플레잉코치
이배영 2004 아테네  역도 69kg 경북개발공사(현역)
장미란 2004 아테네  역도 +75kg 고양시청(현역)
곽대성 1996 애틀랜타  유도 남자 71kg -
김민수 1996 애틀랜타  유도 남자 95kg K-1 선수(현역)
오승립 1972 뮌헨  유도 미들급 오사카 거주
윤현 1992 바르셀로나 유도 남자 60kg 제주 남녕고 교사 겸 유도부 감독
장성호 2004 아테네  유도 100kg 수원시청(현역)
장은경 1976 몬트리올  유도 라이트급 용인대 교수
정부경 2000 시드니  유도 남자 -60kg K-1 선수(현역)
정선용 1996 애틀랜타  유도 여자 56kg 유도 국제심판
조인철 2000 시드니  유도 남자 81kg 용인대 교수
현숙희 1996 애틀랜타  유도 여자 52kg -
황정오 1984 LA  유도 남자 65kg 미국거주, 태권도장 운영
이봉주 1996 애틀랜타  육상 남자마라톤 삼성전자(현역)
김대은 2004 아테네  체조 개인종합 전남도청
여홍철 1996 애틀랜타  체조 남자 도마 경희대 교수
이주형 2000 시드니  체조 평행봉 국가대표 감독
김기택 1988 서울  탁구 남자단식 김기택탁구클럽 운영, 서울대 강사
석은미 2004 아테네  탁구 여자복식 대한항공 코치
이은실 2004 아테네  탁구 여자복식 삼성생명 코치
신준식 2000 시드니  태권도 남자 -68kg 성남서중 코치



* 단체구기종목 및 2008년 대회 메달리스트는 제외.


Posted by yks01

2008/09/15 19:39 2008/09/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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