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오른쪽 새끼발가락에는 발톱이 없다. 언제 빠졌는지 기억조차 없다. 찢어진 발톱 사이에는 항상 피가 묻어있다. 샌드백을 발로 찰 때마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하지만 이를 악문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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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좌역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파란 모자를 눌러쓴 채 환한 웃음을 짓던 그가 모자를 벗자 긴 생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 내렸다. 커다란 눈망울은 그의 현 위치를 의심케 한다. 우슈 52kg급 여자국가대표 이정희(21ㆍ골드이글 아카데미) 선수다.

그는 하루에 샌드백을 차는 횟수가 1000 번이 넘는다고 했다. 발가락 발톱이 다 붙어있는 것이 용하다. 양쪽 정강이에도 시퍼런 멍이 잔뜩이다.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해도 아픈 충격이 전해진다고. 그는 고교 졸업 이후 치마를 입어본 적도, 사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샌드백을 발로 찼다. 샌드백이 저만치 멀어졌다 다가오자 또 다시 발로 찼다. 샌드백이 연신 소리를 내며 멀어짐을 반복했다. 바닥에는 이미 흥건한 땀 방울이 훈련 시간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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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이정희

이정희는 우슈 중 산타 종목인 일대일 겨루기 대표선수다.

이정희는 2007 3월 안동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그의 나이 열아홉에 청소년 대표가 됐다. 이어 20093월 전남 영광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 성인 국가대표에 선정됐다. 그가 2006 12월에 우슈를 시작했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가 어린 나이에 우슈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킥복싱으로 달련된 파이터 이정희가 있었다. 그가 킥복싱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물론 선수가 될 줄을 생각도 못했지만 어느 순간 파이터가 돼 있었다. 2007 9월 서울 88체육관에서 열린 킥복싱 중량급(58kg) 챔피언 결정전에서 챔피언 벨트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파다. 두 가지 병행 할 수 있었지만(현재는 병행이 안됨) 킥복싱으로는 대학진학을 할 수 없어 우슈로 전향했다. 그는 킥복싱과 우슈의 산타는 일대일 겨루기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큰 문제점은 없었다고 했다.

그의 파이터 기질을 알아본 전증남 코치는 근성과 끈기가 보여 선수가 되기를 권유했다이후 남자들 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이어 처음 정희는 심성이 착해 상대를 가격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다그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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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과 우슈는 달랐다.

하지만 우슈는 킥복싱과는 달랐다. 선수층이 앏은 국내에서는 킥복싱을 배운 경험으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국제 경기에서는 경험부족을 들어냈다. 우슈 종주국인 중국 선수들을 비롯,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면서 힘에서도 밀리는 등 확연한 기량 차이가 났다.

2008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2회 세계 청소년 우슈 선수권대회에서 이집트 선수에게 8강전에서 졌다. 이정희는 손목인대 부상으로 제대로 겨룰 수가 없었다. 너무 아쉬워 펑펑 울었다.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고 기술이 좋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과 기술습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닳았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이젠 링에 오르면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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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땀은 내일의 꿈

그가 오는 6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무도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해야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을 잘 안다. 그는 한 발을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 역기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 등 하체 강화훈련과 발에 고무줄을 끼어 발로 차는 훈련, 이어 허리 강화훈련 등을 한다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하루 종일 땀으로 범벅이 돼 있음을 실감케 한다. 또한 주말 산행을 하며 근력을 기르고 50계단이 넘는 높은 계단을 왕복 오르내리며 체력을 다진다. 극기훈련과 번지점프를 하며 담력도 기른다. 경험 부족을 알기에 훈련량도 더 늘렸다.  힘들고 지쳐 쓰려질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지금껏 링에서 수 없이 맞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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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꿈이 있어요

이정희 선수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1학년이다. 여느 여대생 처럼 치마도 입고 미팅도 하며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의 꿈은 두 가지다. 우슈 종주국인 중국선수들과 겨뤄 이기는 것과 최고 경호원이 되는 것이다. 그가 흘린 오늘의 땀 방울은 그의 꿈을 실현시키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여기서 끝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시작했으니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끝을 보겠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다. 체육관 한쪽 귀퉁이에는 내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땀을 흘리는 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적힌 글귀가 그를 지켜 보는 듯 했다.
양광삼의 네모세상. 200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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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프로필

가족관계:부ㆍ모/1 1녀 중 장녀

학력: 용현초, 중산중, 홍익여자문화디자인고, 성신여대 스포츠레저학과 재학

특기: 하이킥

취미그림그리기, 쇼핑, 스도쿠.

별명: 카멜레온

경력: 킥복싱 3, 우슈 4

2007년 제4회 아시아 청소년 우슈선수권대회 동메달

     2008년 제6회 전국 산타선수권 대회 금메달

    2008년 전국 학생 우슈 선수권 대회 금메달

    2008년 전국체육대회 우슈경기 금메달

 

 

이정희 특별훈련 일정표

6시 기상

7~8시 조깅

8~9시 아침

9~12시 오전 운동(발차기, 미트차기, 주먹치기, 기술훈련)

12~14시 점심 겸 휴식

14~18시 오후 훈련(스파링, 샌드백치기, 기술훈련)

18~20시 저녁 겸 휴식

20~ 22시 헬스

22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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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이정희선수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없이 웃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은 철저히 파이터의 재능을 보이지 않았다. 시종일간 웃음과 함께 했다. 핸드폰 스도쿠가 뭔지 아냐고 물으며 지금 그것에 푹 빠졌다고 했다. 다 맞추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단다. 게임도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가 보다. 인터뷰가 조금 길어지자 벌떡 일어나 근처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평소에는 잘 안먹지만 오늘 같은 날은 맛있게 먹고 싶다고 했다. 얼짱이라는 말에 남자들 종목인데 홍일점이라서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킥복싱 챔피언 벨트를 반납할 때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세계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낸 이후 남들처럼 대학생활을 하는 평범한 대학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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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란? 우슈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이 채택됐다. 올림픽은 지난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도입됐다. 우슈는 투로와 산타로 나뉜다. 투로는 권술인 태극권,장권과 병기술인 도술, 검술, 창술 등의 표현력을 보는 것이고 산타는 복싱,태권도,유도 등 다양한 격투 종목이 결합된 체급별 일대일 겨루기다. 주먹, 발차기, 엎어치기등 정확한 타격과 기술에 점수가 주어진다. 2 3라운드 2선승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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